규칙을 깨고 색을 입히다 - Postmodernism & Memphis Group

“디자인은 결국 사람의 감정을 움직이는 언어 아닐까요?”

오늘은 단순함과 기능성에 지친 시대 속, 유쾌한 반란을 일으킨 디자인 그룹의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1980년대, 기존의 질서에 도전하며 색채와 형태로 감정을 표현한 멤피스 그룹(Memphis Group), 그리고 그 배경이 된 포스트모더니즘 Postmodernism의 흐름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겠습니다.

20세기 후반, 디자인과 건축의 세계는 큰 전환점을 맞이하게 됩니다. 바로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의 등장이었습니다. 

이 새로운 물결은 기존의 모더니즘이 강조하던 기능성과 합리성, 질서에 도전하며 전통과 감성, 해체와 유희를 디자인 안에 끌어들였습니다.

그리고 이 격동의 흐름 속에서, 전 세계의 이목을 사로잡은 독특한 디자인 그룹이 탄생합니다. 

바로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결성된 멤피스 그룹Memphis Group입니다.



모더니즘에서 포스트모더니즘으로

포스트모더니즘은 단순히 하나의 양식이라기보다는 모더니즘에 대한 비판적 성찰에서 출발한 문화적 태도입니다.

모더니즘이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는 슬로건 아래 실용성과 미니멀리즘을 지향했다면,  포스트모더니즘은 "기능만이 전부가 아니다"라고 주장합니다. 형태는 이제 상징이고, 의미이며, 감성의 표현이라 생각 했습니다.


멤피스 그룹의 탄생: 디자인의 혁명 선언

1981년, 이탈리아의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였던 에토레 소차스(Ettore Sottsass)는 밀라노에서 여러 젊은 디자이너들과 함께 하나의 실험적 디자인 그룹을 결성했습니다.

그들은 처음 만난 자리에서 밥 딜런의 노래 "Stuck Inside of Mobile with the Memphis Blues Again"이 반복 재생되자, 자연스럽게 그룹 이름을 ‘멤피스’로 정했습니다.

이 우연한 이름은 곧 1980년대 디자인의 상징이 되고 ,멤피스 그룹의 디자인은 기존의 질서와 규칙을 정면으로 거부했습니다.

그들의 가구, 조명, 오브제들은 마치 팝아트와 건축, 장난감이 뒤섞인 듯한 형상을 지녔습니다.

기하학적 형태, 원색 계열의 컬러, 플라스틱과 라미네이트 같은 저렴한 소재, 그리고 전통 양식과 키치적인 요소의 결합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이들은 실용성보다 표현과 감정, 유희에 더 큰 가치를 두었고, 디자인이 감각적이고 자극적일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의 등장과 역사적 맥락

반발의 시작

1970-80년대 모더니즘의 획일성과 기능주의에 대한 반발로 포스트모더니즘이 등장했습니다. 

"적을수록 좋다(Less is more)"라는 모더니즘의 격언에 대해 "적은 것은 지루하다(Less is bore)"라고 반박하며 새로운 시대를 열었습니다.

다원주의로의 전환

포스트모더니즘은 단일한 보편적 진리보다 다양한 관점과 해석을 중시했습니다. 

이는 디자인에서 문화적 맥락과 상징성을 강조하는 경향으로 나타났습니다.

철학적 토대

찰스 젠크스와 로버트 벤투리 같은 이론가들은 실용성보다 상징과 의미를 중시하는 철학적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벤투리의 '복잡성과 모순'은 포스트모던 디자인의 핵심 텍스트가 되었습니다.



멤피스 디자인의 미학적 특징과 표현 방식

대담한 색상과 패턴

멤피스 디자인은 원색의 대비와 강렬한 색상 조합을 특징으로 합니다. 

검정과 흰색의 격자무늬, 점선, 지그재그 패턴 등 기하학적 모티프가 자유롭게 조합되었습니다.

비대칭 구조

규칙적인 대칭 대신 의도적으로 균형을 깨는 구조를 추구했습니다. 

예측 불가능한 형태와 불규칙한 배열은 보는 이에게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공했습니다.

유희성과 감성

기능보다 감정과 유희성을 강조했습니다. 

디자인에 유머와 재미를 부여함으로써 사용자와의 감성적 연결을 중시했습니다.

경계의 해체

고급 디자인과 대중문화, 순수예술과 상업미술 사이의 경계를 허물었습니다. 

이는 다양한 문화적 코드를 자유롭게 차용하는 포스트모던 디자인의 핵심 특성이었습니다.


산업 디자인에 미친 영향과 변화

재료의 혁신

라미네이트, 플라스틱, 금속 등 다양한 재료를 혼합하고 실험적으로 활용했습니다.

가구 디자인 혁신

기능성보다 표현성을 강조한 가구 디자인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습니다.

전자제품 영향

애플의 컬러풀한 iMac G3, 스와치 시계 등 대중적 제품에 멤피스 미학이 반영되었습니다.

감성 디자인

사용자 경험(UX)과 감성적 접근을 중시하는 현대 디자인의 선구적 역할을 했습니다.


멤피스 그룹의 혁신적 접근은 산업 디자인 전반에 파급력을 미쳤습니다. 

특히 1990년대 후반 애플의 컬러풀한 iMac은 멤피스의 영향을 받은 대표적 사례로, 기술 제품에도 감성과 개성을 부여할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제품의 정서적, 상징적 가치는 멤피스 그룹이 개척한 감성 디자인의 유산입니다.


현대 디자인 실무에 미친 실질적 영향

디지털 디자인 영향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 인터페이스에서 멤피스 스타일의 활용이 늘어났습니다. 

평면적 디자인(Flat Design)과 뉴모피즘(Neumorphism) 등 현대 디지털 디자인 트렌드에도 포스트모던 미학의 흔적이 발견됩니다.

브랜딩의 변화

개성과 차별화를 중시하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디자인이 주류가 되었습니다. 

획일적인 기업 이미지보다 다양한 맥락에 적응하는 유연한 브랜딩 전략이 발전했습니다.

윤리적 디자인

디자이너의 사회적 책임이 강화되었습니다. 

지속가능성, 접근성, 다양성과 포용성 등 윤리적 고려사항이 디자인 과정에 통합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네오-멤피스와 현대적 재해석

2010년대 멤피스 스타일의 부활

2010년대 중반부터 패션, 그래픽 디자인, 인테리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멤피스 스타일이 재조명받기 시작했습니다. 밀라노 디자인 위크와 같은 주요 행사에서 네오-멤피스 전시가 화제를 모았습니다.

소셜 미디어 시대의 확산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등 시각적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멤피스 스타일이 급속도로 확산되었습니다. 화려한 색상과 대담한 패턴은 디지털 환경에서 더욱 강렬한 시각적 임팩트를 주었습니다.

밀레니얼과 Z세대의 재해석

젊은 세대 디자이너들은 멤피스 스타일을 노스탤지어를 넘어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했습니다. 

카밀 왈랄라, 무슈 우사기와 같은 디자이너들은 디지털 기술과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새로운 방식으로 멤피스 미학을 응용하고 있습니다.


미래 디자인에 미칠 잠재적 영향

포스트모더니즘과 멤피스 그룹의 유산은 미래 디자인에도 계속해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특히 메타버스와 가상현실 환경에서는 현실의 물리적 제약에서 벗어나 더욱 대담한 포스트모던 미학이 구현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공지능과 알고리즘 디자인에서도 규칙과 패턴을 창의적으로 해체하는 포스트모던적 접근이 새로운 가능성을 열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글로벌 위기 시대에 문화적 다양성과 포용성을 중시하는 포스트모던 철학은 더욱 중요한 가치로 자리잡을 것입니다.

멤피스 그룹은 짧지만 강렬한 시간 동안 디자인의 가능성을 확장시켰습니다.

그들의 디자인은 단순한 시각적 충격이 아니라, '디자인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었습니다.


오늘 우리도 일상을 디자인할 때, 한 번쯤 이런 질문을 던져볼 수 있겠죠.

“반드시 이래야 할까? 혹은 이렇게 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유쾌하게, 과감하게, 때론 엉뚱하게.멤피스처럼,  조금은 즐기듯 디자인하는 오늘이 되시길 바랍니다. 



이 포스트가 도움이 되었다면 공유하세요. 

 참고이미지 - Pexels,Unsplash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