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건축의 언어 - OMA(Office for Metropolitan Architecture)

현대 건축 담론에서 OMA(Office for Metropolitan Architecture)는 단순히 하나의 건축사무소가 아닌, 도시와 건축, 미디어, 정치, 그리고 문화 사이의 복잡한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실입니다. 

1975년, 렘 콜하스(Rem Koolhaas)에 의해 설립된 OMA는 기존 건축 관념을 뒤집고 새로운 도시성과 프로그램, 그리고 혼종적 공간을 탐구해온 독창적인 실천의 집합체입니다. 

이 포스팅에서는 도시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건축의 언어를 통해 건축계의 패러다임을 바꿔온 OMA(Office for Metropolitan Architecture)의 혁신적인 철학과 브랜딩 전략을 탐구합니다. 렘 콜하스와 그의 팀이 만들어낸 도시적 차원의 건축 언어가 어떻게 현대 도시와 디자인 문화에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겠습니다.


OMA



OMA의 설립과 렘 콜하스의 건축 비전

1975년 설립

렘 콜하스, 엘리아 젱겔리스, 마델론 브리센디크, 조프 드 브루인이 공동으로 OMA(Office for Metropolitan Architecture)를 설립했습니다.

'망상적 뉴욕' 출간

1978년 콜하스의 이론서 '망상적 뉴욕'이 출간되며 그의 건축 이론의 기초가 확립되었습니다. 이 책에서 그는 현대 도시의 무질서와 혼돈을 긍정적으로 재해석했습니다.

초기 주요 프로젝트

네덜란드 의회 확장 계획(1978), 파리 국립도서관 공모전(1989) 등의 프로젝트를 통해 OMA의 건축 언어가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현대적 진화

초기의 급진적인 이론이 실제 건축물로 구현되면서 OMA는 건축계의 혁신적인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렘 콜하스는 저널리즘과 영화 분야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독특한 건축적 시각을 발전시켰습니다. 그의 '망상적 뉴욕' 이론은 뉴욕의 밀도, 혼돈, 다양성을 찬양하며 현대 메트로폴리스의 역동성을 건축적 가능성으로 재해석했습니다.  OMA는 이러한 이론적 기반 위에 현대 도시의 복잡성과 모순을 수용하고 건축적으로 표현하는 접근법을 개발했습니다.




도시의 해체와 재구성: OMA의 방법론

도시 구조의 비판적 해석

기존 도시 구조와 관습에 대한 도전

프로그램의 혁신적 재구성

기능과 목적의 창의적 재해석

건축적 콜라주와 중첩

다양한 요소의 융합과 중첩을 통한 새로운 관계 형성

구조적 혁신과 도시적 대화

도시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혁신적 건축물 창출

OMA는 기존 도시 구조를 단순히 수용하는 대신 이를 비판적으로 해체하고 재구성합니다. 베이징 CCTV 본사(2012)는 전통적인 초고층 건물의 개념을 거부하고 "루프" 형태를 통해 도시와 새로운 대화를 시도했습니다. 이러한 접근법은 건축물이 도시 맥락 속에서 단순한 객체가 아닌 도시 조직과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존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포르투 카사 다 뮤직(2005)에서는 공간의 중첩과 프로그램의 재배치를 통해 음악과 대중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했습니다.


OMA



OMA의 브랜딩 전략과 시각적 정체성

차별화된 시각적 표현

OMA는 건축 다이어그램과 표현 방식에서도 독창적인 접근법을 취합니다. 복잡한 개념을 명확하고 강렬한 시각 언어로 전달하는 능력은 그들의 브랜드 정체성의 핵심입니다.

AMO의 설립과 연구 기반 접근

1999년 OMA의 연구 및 디자인 스튜디오인 AMO의 설립은 건축을 넘어 문화적, 정치적 연구로 영역을 확장했습니다. 이를 통해 OMA는 단순한 건축 사무소가 아닌 지식 생산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전략적 협업과 브랜드 확장

프라다와의 20년 협업은 OMA/AMO가 어떻게 건축을 넘어 패션, 예술, 소매업 등 다양한 영역으로 영향력을 확장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공공 프로젝트를 통한 브랜드 가치 창출

시애틀 공공도서관(2004)과 같은 랜드마크 프로젝트는 OMA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공공 건축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OMA는 단순한 건축 사무소를 넘어 독특한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했습니다. 그들의 다이어그램, 프레젠테이션, 출판물은 모두 OMA만의 도발적이고 혁신적인 시각 언어를 공유합니다. AMO의 설립은 건축, 미디어, 정치, 사회학을 아우르는 통합적 접근법으로 브랜드 영향력을 확장했으며, 프라다와의 오랜 협업은 건축과 패션의 경계를 허물었습니다. 이러한 전략적 브랜딩을 통해 OMA는 건축계를 넘어 글로벌 문화 담론의 주체로 자리잡았습니다.




건축 언어로서의 프로그램 혼합

'빅니스(Bigness)' 이론

렘 콜하스가 주창한 '빅니스' 이론은 규모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건축물이 도시와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단순한 크기의 문제가 아닌 프로그램, 정치, 경제 등의 복합적 요소가 결합된 현상입니다.

프로그램의 재배치와 혼합

OMA는 건축물 내 다양한 프로그램을 창의적으로 배치하고 혼합함으로써 예상치 못한 상호작용과 경험을 창출합니다. 이는 단순한 기능적 배치를 넘어 도시적 밀도와 역동성을 건물 내부로 끌어들이는 전략입니다.

시애틀 공공도서관의 혁신

시애틀 공공도서관에서 OMA는 프로그램을 안정적 영역과 불안정적 영역으로 구분하고, 이를 교차 배치하는 스태킹 전략을 사용했습니다. 이는 21세기 도서관의 역할과 기능을 재정의하는 혁신적 접근이었습니다.

새로운 공간 경험의 창출

프로그램 혼합을 통해 OMA는 방문자에게 다층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공간 경험을 제공합니다. 이는 현대 도시의 복잡성과 우연성을 건축적으로 표현한 결과입니다.

로테르담 쿤스트할(1992)은 다양한 전시 공간, 강당, 레스토랑 등의 프로그램이 연속적인 루프 형태로 연결되어 방문자에게 역동적인 경험을 제공합니다. 이 건물은 경사진 바닥면과 다양한 높이의 천장을 통해 공간적 다양성을 극대화하며, 도시와 공원 사이에 위치한 독특한 입지 조건을 프로그램 배치에 적극 활용했습니다. 

도쿄 미이케 미디어센터에서는 미디어 생산과 소비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수직적으로 적층하여 창의적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환경을 조성했습니다.


OMA




OMA의 도시 재생 프로젝트

코펜하겐 BLOX (2018)

덴마크 디자인 센터를 수용하는 BLOX는 과거 산업 지역을 활성화하고 도시 수변 공간과의 연결성을 강화하는 프로젝트입니다. 다양한 용도의 프로그램을 창의적으로 적층하여 활기찬 도시 공간을 창출했습니다.

프라다 재단 밀라노 (2015)

밀라노의 오래된 증류소를 변형한 프라다 재단은 기존 건물의 역사적 맥락을 존중하면서도 새로운 요소를 과감하게 도입했습니다. 금색 타워와 같은 새로운 구조물이 역사적 건물과 대화하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합니다.

OMA의 도시 재생 프로젝트는 단순히 물리적 환경을 개선하는 것을 넘어 도시의 사회적, 문화적 맥락을 새롭게 해석합니다. 이들 프로젝트는 기존 도시 조직과의 대화를 중시하며, 역사적 연속성을 존중하면서도 동시대적 개입을 통해 새로운 도시적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특히 공공 공간과 민간 공간의 경계를 흐리고, 다양한 프로그램의 혼합을 통해 도시의 활력을 증진하는 전략은 OMA 도시 재생 접근법의 핵심입니다.




디지털 시대의 OMA 건축

디지털 설계 도구의 도입

OMA는 디지털 설계 도구를 건축 프로세스에 통합하면서도 그들의 비판적 사고와 개념적 접근을 유지했습니다.

파라메트릭 디자인의 선택적 수용

형태 생성을 위한 알고리즘적 접근보다는 개념과 프로그램을 우선시하는 OMA의 철학이 반영된 독특한 파라메트릭 접근법을 발전시켰습니다.

도하 국립도서관의 디지털 혁신

도하 국립도서관(2018)에서는 전통적인 도서관 개념을 디지털 시대에 맞게 재해석하고, 물리적 공간과 가상 공간의 융합을 실험했습니다.

가상현실과 물리적 경험의 융합

디지털 미디어와 물리적 건축 경험을 통합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다양한 프로젝트에서 탐구하고 있습니다.

OMA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도 건축의 본질적 가치를 재고하는 접근법을 취하고 있습니다. 도하 국립도서관은 책의 물리적 존재와 디지털 정보의 흐름을 동시에 수용하는 공간 구성을 통해 21세기 도서관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습니다. 이 건물은 테러스식 서가가 건물 내부를 감싸는 독특한 구조로, 물리적 책과 디지털 미디어가 공존하는 환경을 창출합니다. 

OMA는 디지털 기술을 단순한 설계 도구가 아닌 건축적 사고와 경험을 확장하는 매개체로 활용하며,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탐구하는 실험적 접근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OMA




OMA의 지속가능성 접근법

포스트 지속가능성 개념

OMA는 단순한 환경적 효율성이나 인증 중심의 지속가능성 담론을 넘어 '포스트 지속가능성'이라는 보다 총체적인 접근법을 제안합니다. 이는 건축물의 수명 주기 전체를 고려하고,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지속가능성을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렘 콜하스는 "지속가능성이 종교가 되었다"고 비판하며, 형식적인 친환경 인증보다 실질적인 장기적 가치와 적응성을 중시합니다.

실천 사례: De Rotterdam

로테르담에 위치한 De Rotterdam(2013) 복합 건물은 OMA의 지속가능성 접근법을 잘 보여줍니다. 이 프로젝트는 도시 밀도 증가를 통한 토지 이용 효율화, 다양한 프로그램 혼합을 통한 사회적 활력 창출, 그리고 장기적 적응성을 고려한 가변적 공간 구성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실현했습니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코어 배치 최적화, 자연 환기 시스템 도입, 외피 성능 향상 등의 전략을 통해 에너지 효율성을 높였습니다.

OMA는 환경적 측면의 지속가능성을 넘어 건물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고 적응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중요시합니다. 또한 도시 맥락에서의 지속가능성, 즉 건물이 도시 생활에 어떻게 기여하고 장기적으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를 핵심 과제로 삼습니다. 이러한 접근법은 단기적인 환경 인증이나 트렌드를 넘어 건축물의 진정한 수명과 가치에 집중하는 OMA만의 독특한 지속가능성 철학을 보여줍니다.




글로벌 건축 언어와 지역적 맥락의 융합

국제적 언어와 지역적 맥락의 균형

OMA는 국제적인 건축 언어를 사용하면서도 각 프로젝트가 위치한 지역의 문화적, 역사적, 기후적 맥락을 섬세하게 고려합니다. 이러한 균형 잡힌 접근법은 글로벌한 건축 사무소로서 다양한 문화권에서 성공적으로 작업할 수 있게 한 핵심 요소입니다.

중국에서의 문화적 재해석

선전 증권거래소(2013)에서 OMA는 중국의 전통적 건축 요소와 현대적 금융 중심지의 요구 사항을 창의적으로 융합했습니다. 중국 전통 건축의 '부유하는 지붕' 개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혁신적인 형태를 창출했습니다.

중동 문화와의 대화

카타르 국립도서관(2018)은 아랍 문화의 중요한 요소인 책과 지식의 가치를 건축적으로 표현하면서, 현지의 기후 조건을 고려한 디자인 전략을 도입했습니다. 전통적인 이슬람 건축의 추상적 재해석을 통해 문화적 정체성과 현대성을 조화시켰습니다.

한국에서의 OMA 프로젝트

삼성 미술관 리움, 렉스 시네마 등 한국에서 실현된 OMA의 프로젝트들은 한국의 도시 맥락과 문화적 특성을 고려하면서도 OMA 특유의 건축 언어를 구현했습니다. 

OMA는 범세계적 건축 언어와 지역적 특수성 사이의 균형을 지속적으로 탐구합니다. 렘 콜하스는 "글로벌화의 역설적 결과로 지역적 정체성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주장하며, 보편성과 특수성의 공존을 중요시합니다. 이러한 철학은 세계 각지의 OMA 프로젝트에서 지역의 문화적, 기후적, 사회적 맥락을 섬세하게 반영하는 방식으로 구현됩니다. 이를 통해 OMA는 단순한 국제주의 건축을 넘어서 각 지역에 의미 있게 뿌리내리는 건축을 창조하고 있습니다.


OMA



OMA의 미래: 건축의 새로운 언어를 향해

디자인 리더십의 진화

렘 콜하스의 강력한 개인적 리더십에서 다수의 파트너가 이끄는 분산형 구조로 진화

다학제적 접근 확장

건축을 넘어 사회학, 디지털 기술, 환경학 등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 심화

미래 도시에 대한 비전

급변하는 사회와 기술 환경 속에서 도시와 건축의 새로운 가능성 탐구

글로벌 건축계에 미친 영향

이론과 실천을 통합한 OMA의 접근법이 세계 건축계에 남긴 지속적인 유산

포스트 렘 콜하스 시대를 준비하는 OMA는 새로운 세대의 건축가들에게 리더십을 분산하고 있습니다. 디자인 파트너인 샤오 양, 엘렌 반 룬, 레이니어 드 그라프 등은 각자의 영역에서 OMA의 철학을 발전시키며 사무소의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건축의 경계를 넘어선 다학제적 접근은 더욱 강화되어, 디지털 기술, 환경 과학,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을 통해 복잡한 현대 사회의 문제에 대응하는 건축적 해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OMA가 40년 이상에 걸쳐 발전시켜온 비판적 사고와 혁신적 접근법은 세계 건축계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며, 도시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건축의 언어는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습니다.





결론: 탈경계 시대의 건축과 브랜드

OMA의 건축철학과 브랜딩 전략은 오늘날 ‘경계 없는 시대’에서 건축이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도시를 해체하고, 프로그램을 뒤섞고, 공간에 담긴 메시지를 해석하는 작업은 더 이상 건축가만의 영역은 아닙니다. 미디어 전략가, 패션 디자이너, 정치 기획자들과 함께 협업하는 OMA는, 건축의 정체성을 해체하면서도 새로운 브랜드로서의 힘을 만들어내고 있읍니다.

이는 곧 우리가 건축을 어떻게 보고, 경험하고, 이야기하는가에 대한 새로운 제안입니다. OMA는 건축을 말하는 방식 자체가 브랜드가 될 수 있음을 입증하며, 공간 너머의 영향력을 지닌 ‘건축적 사고’의 힘을 우리에게 상기시킵니다.


이 포스트가 도움이 되었다면 공유하세요.   참고이미지 - OMA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