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건축을 ‘완성된 결과물’로 생각합니다. 멋진 외관, 혁신적인 구조, 그리고 유명 건축가의 이름. 하지만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보겠습니다.
건축은 정말 완성되는 것일까요?
오늘 소개할 제레미 틸 은 이 질문에 대해 매우 도전적인 답을 내놓습니다. “건축은 완성되지 않는다. 건축은 계속 변화한다.”
그의 대표 저작 Architecture Depends,Spatial Agency 을 중심으로,건축을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1. 왜 건축은 완성되는 순간 실패할까? 전통적인 건축은 ‘완성’을 목표로 합니다. ✔ 건축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한다 ✔ 사용자가 공간을 다시 정의한다 ✔ 사회적 상황이 끊임없이 바뀐다,하지만 틸은 이를 정면으로 부정합니다.
제레미 틸의 핵심 질문 제레미 틸은 그의 저서 Architecture Depends (2009)에서 건축계가 오랫동안 외면해온 불편한 진실을 정면으로 제기합니다. 건물이 준공되는 순간, 건축가는 프로젝트를 '완성'이라 선언합니다. 그러나 틸에 따르면 바로 그 순간부터 건축은 진정한 의미에서 '실패'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 합니다.
건물은 완공 이후에도 사회적 맥락 안에서 끊임없이 재해석됨 사용자의 행동, 문화적 변화, 기술 발전이 공간의 의미를 지속적으로 재정의 고정된 형태로 완성을 선언하는 순간, 그 건축은 변화하는 현실과 단절되기 시작 진정한 건축은 '완성'이 아니라 '진행 중인 대화' 물리적으로 완성된 건축물은 사실 고정된 오브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회적, 문화적, 기술적 맥락 속에 놓인 하나의 '과정'입니다. 사용자는 공간을 재해석하고, 환경은 구조를 변화시키며, 시간은 의미를 재구성합니다.
2. 건축은 왜 '오브제'가 아니라 관계일까?전통적 건축관과 제레미 틸의 관계론적 시각이 어떻게 충돌하고, 무엇을 새롭게 제안하는지 살펴봅니다.
완벽한 형태와 미학을 갖춘 독립적 오브제 로서의 건축. 건물은 그 자체로 완결된 예술 작품이며, 주변 맥락과 분리된 순수한 형태미를 추구합니다. 르 코르뷔지에의 '기계미학'이 대표적 예시입니다.
틸의 관계론적 관점 건축은 사람, 장소, 시간, 그리고 다양한 사회적 요소들과 맺는 '관계'의 총체 입니다. 건축의 가치는 물리적 형태를 넘어, 그 안에서 발생하는 상호작용과 경험에 있습니다. 공간은 관계가 일어나는 무대입니다.
실천적 함의 건축가는 더 이상 아름다운 형태를 설계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공간 안에서 어떤 관계가 생성되는가 , 누가 포함되고 배제되는가, 어떤 사회적 가치가 구현되는가를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3. 설계는 답이 아니라 '대응'이다 전통적인 설계 방식은 명확하게 정의된 문제에 대한 최적의 '답'을 찾는 과정이었습니다. 클라이언트가 요구사항을 제시하면 건축가는 그에 맞는 완벽한 해결책을 도출해냈습니다. 이 모델은 세상이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일 때 작동합니다.
그러나 틸은 현실은 훨씬 더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그는 설계를 고정된 문제에 대한 답이 아니라, 복잡하고 변화하는 현실에 대한 유연한 '대응' 으로 재정의합니다.
문제 정의의 유연성 문제 자체가 설계 과정에서 변화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그에 맞게 접근 방식을 조정합니다.
반복적 대응 일회성 해결책 대신, 지속적인 피드백과 조정을 통해 설계를 발전시켜 나갑니다.
맥락 감수성 사회적, 문화적, 환경적 맥락의 변화를 민감하게 읽고 설계에 반영합니다.
건축가는 정해진 답을 제시하기보다,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조정하고 적응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설계 과정 자체가 열린 대화여야 합니다.
4. 건축가는 왜 더 이상 '창조자'가 아닐까? 건축가가 모든 것을 홀로 창조하는 고독한 예술가라는 신화는 오랫동안 건축 교육과 문화를 지배해왔습니다. 틸은 이 신화가 건축의 사회적 복잡성을 은폐하고, 건축가를 현실과 단절시킨다고 비판합니다.
조정자이자 촉진자로서의 건축가 현대 건축가의 역할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협력하고, 기존의 것을 재해석하며, 사회적 맥락을 반영하는 조정자(mediator) 또는 촉진자(facilitator) 입니다. 클라이언트, 시공자, 지역 주민, 정책 입안자 모두가 건축의 공동 저자가 됩니다.
집단적·참여적 과정 건축은 개인의 창조물이 아닌, 집단적이고 참여적인 과정의 결과입니다. 사용자의 목소리가 설계에 반영될 때, 건축은 비로소 그 공동체에 속한 진정한 공간이 됩니다. 이것이 틸이 말하는 '사회적 실천'의 핵심입니다.
5. 건축은 어디까지 책임져야 할까? 전통적으로 건축의 기능은 명확했습니다. 주거를 제공하고, 업무 공간을 만들고, 공공 시설을 짓는 것. 그러나 틸은 이러한 물리적 기능 중심의 사고방식이 건축의 잠재력을 심각하게 제한한다고 봅니다.
환경적 지속가능성 탄소 중립, 재생 가능 자원 사용, 생태계 보호
사회적 포용 취약 계층 접근성, 공동체 형성, 사회적 다양성 반영
문화적 정체성 지역 문화 보존, 역사적 맥락 존중, 장소성 강화
윤리적 책임 건물 전 생애주기에 걸친 책임감 있는 의사결정
건축가는 건물이 사용되는 전 과정 — 건축, 사용, 그리고 폐기 — 에 대한 윤리적이고 실천적인 고민 을 멈추지 않아야 합니다. 탄소 발자국, 재료 선택,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까지 책임의 범위는 훨씬 넓어집니다.
6. 왜 좋은 건축은 '불완전'해야 할까?
"완벽함은 건축을 박물관 속 유물로 만든다. 불완전함은 건축을 살아있게 한다." — 제레미 틸의 사유에서
완벽함 추구의 역설 완벽함을 추구할수록 건축은 고정되고 경직됩니다. 어느 것도 바꿀 수 없고, 사용자가 개입할 여지가 없는 공간. 그것은 기념비적일 수 있지만, 살아있는 공간이 되기 어렵습니다.
미스 반 데어 로에의 명작들이 얼마나 아름다운가와 별개로, 그 공간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자유롭게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의도적 불완전함의 힘 틸이 제안하는 '의도적인 불완전함'은 설계의 실패가 아닙니다. 그것은 사용자가 개입하고 변화시킬 여지 를 의도적으로 설계 안에 남겨두는 것입니다. 공간이 사용자의 삶에 의해 채워지고, 변형되고, 진화할 수 있을 때 건축은 진정한 생명력을 갖습니다.
여백의 설계 사용자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미완의 공간을 의도적으로 남깁니다.
사용자 개입 공간을 점유하고 변형하며, 사용자가 건축의 공동 저자가 됩니다.
진화하는 건축 완성이 아닌 변화 속에서 건축은 진정한 가치를 발휘합니다.
7. 이 개념은 돈이 될까?, 틸의 이론이 비즈니스를 바꾼다 상업 공간에서 단순한 제품 진열과 판매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습니다. 소비자는 브랜드와의 관계 , 공간에서의 경험 에 기꺼이 프리미엄을 지불합니다. 애플 스토어, 나이키 하우스 오브 이노베이션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틸의 '관계로서의 건축'은 이 전략의 이론적 근거가 됩니다.
유연한 공간이 시장 변화에 생존한다 고정된 인테리어와 공간 구성은 변화하는 트렌드와 소비자 니즈 앞에 취약합니다. 틸의 '대응으로서의 설계' 개념을 적용하면, 공간은 모듈화, 가변형 파티션, 팝업 존 등을 통해 시장 변화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습니다. 공간의 유연성이 곧 비즈니스의 회복탄력성이 됩니다.
건축가는 전략가가 된다 상업 공간에서 건축가의 역할은 단순한 공간 제공자를 훨씬 넘어섭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공간으로 번역하고, 고객 동선을 통해 구매 경험을 설계하며, 공간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마케팅 도구 가 되도록 전략적 사고를 제공하는 파트너가 됩니다.
8. 공간은 이제 '서비스'가 된다 소유에서 이용으로: 패러다임의 전환 공간을 소유하는 개념 에서 이용하는 개념 으로의 전환은 건축의 사회적 역할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합니다. 위워크(WeWork)로 대중화된 공유 오피스, 코워킹 스페이스, 구독형 주거 모델은 이미 우리 일상 깊숙이 자리잡았습니다.
이 모델에서 건축은 물리적 구조물 제공을 넘어, 사용자에게 맞춤형 경험과 편의를 제공하는 서비스 플랫폼 의 역할을 합니다. 틸의 이론이 현실 시장에서 구현되는 가장 직접적인 방식입니다.
코워킹 연 성장률 30% 전 세계 코워킹 스페이스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 (2020~2025)
경험 공간 프리미엄 5배 단순 공간 대비 경험 중심 공간의 임대료 및 수익성 차이
서비스형 공간 전망 2030 공간의 서비스화가 주류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측되는 시점
9. 미래 건축 - 고정된 형태는 사라진다 유동성의 시대 기술 발전과 사회 변화가 가속화될수록 건축의 유동성에 대한 요구도 높아집니다. 모듈러 건축은 조립과 해체가 가능한 구조 단위로 공간을 구성하여, 필요에 따라 확장하거나 재배치할 수 있게 합니다. 이는 자원 낭비를 줄이고 변화하는 수요에 즉각 대응하는 건축을 가능하게 합니다.
유기체로서의 건축 미래의 건축은 예측 불가능한 미래에 '대응'하며 끊임없이 변화하고 적응하는 유기체 가 됩니다. 스마트 기술과 AI가 접목된 건물은 사용 패턴을 학습하고, 환경 변화에 반응하며, 사용자의 필요에 맞게 스스로 최적화됩니다. 틸의 '불완전함'은 이제 기술로 구현되는 '적응성'이 됩니다.
결론 - 제레미 틸의 건축 철학
사회적 실천으로서의 건축 건축은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맥락과 분리될 수 없는 '실천'이다. 건축의 진정한 가치는 완성된 형태가 아닌, 그 안에서 펼쳐지는 삶과 경험, 그리고 끊임없는 변화에 있다.
관계 (Relation) 건축은 오브제가 아니라, 사람·장소·시간이 만들어내는 관계의 총체입니다.
대응 (Response) 설계는 완벽한 답이 아니라, 복잡한 현실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과정입니다.
서비스 (Service) 건축가는 공간 제공자를 넘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서비스의 설계자입니다.
진화 (Evolution) 좋은 건축은 사용자에 의해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진화하는 살아있는 존재입니다.
제레미 틸은 건축가에게 묻습니다 — 당신은 오브제를 만드는가, 아니면 관계를 설계하는가? 그의 이론은 크리에이티브 전문가 모두에게 동일한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가 만드는 것이 세상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어떤 삶이 펼쳐지는지를...
마무리 건축은 더 이상 형태로 완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과 관계, 시간과 변화 속에서 끊임없이 다시 만들어집니다.
제레미 틸 이 말하듯, 건축의 본질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있습니다. 고정된 공간은 사라지고,변화하는 공간만이 살아남는 시대입니다.
이제 질문은 하나입니다.당신의 공간은, 변화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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